[칼럼] 누구나 노인이 된다!

김지훈 교수
(사회복지과)

얼마 전 동창들과 마주앉아 노인들의 이기적 행동에 대해 흥분하며 이야기하게 되었다. 자신이 직접 겪었거나 자녀들에게 들은 이런 저런 얘기들이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대화에 참여했던 대부분은 노인에 대해 부정적 감정을 드러냈다. 시장에서 얼마 안하는 채소 값을 깎느라 실랑이를 벌이는 할머니 때문에 계산대에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며 불편했던 일, 복지관에서 무료로 나누어 주는 다과를 몇 개씩 챙기고 더 요구하는 노인에 대한 경험, 또는 지하철에서 내리기도 전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하여 밀고 들어서는 노인에 대한 얘기 등 평소에 우리도 겪었거나 들어서 익숙한 새로울 것도 없는 내용들로 다들 분노하고 있었다.

오랜 동안 젊은 학생들과 생활하며 20대, 30대 젊은이들의 노인에 대한 생각이 어떤지는 잘 알고 있었던 터였다. 그러나 60을 코앞에 두고 있는 중년의 여성들이 젊은이들과 동일한 관점에서만 노인을 바라본다는 점에 적지 않게 놀랐다. 적어도 노인에 대한 비난의 시각이 50대는 좀 다를 거라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그들은 노인들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그나마 가장 가까이서 목격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어쩌다 그 날 그 모임에서 만난 중년들은 노인에 대한 부정적 감정으로 가득 찬 50대였다. 이 쯤 되면 세대 간 교류의 부제가 부정적 감정의 주요 원인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50대는 다른 세대와 달리 현재의 노인들과 비슷한 시절의 경험을 가장 많이 공유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세대 격차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세대 간 소통을 해법으로 들고 나왔었다. 그러나 노인에 대한 편견이나 혐오 문제는 우리사회의 많은 편견문제와 좀 다르게 다루어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집단 간 편견을 앞세운 집단증오는 인류가 집단생활을 시작한 이래 지속되어 온 현상이다. 종교적 편견, 지역적 편견, 인종 간 편견, 성별 편견,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 장애인 편견, 정치적 이념의 편견 등 많은 편견 속에 살아왔고 지금도 살고 있다. 물론 현재 우리사회는 문화적으로 성숙하면서 집단 증오에 대한 사회적 문제인식과 해결의 노력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뀌어 오고 있다. 예를 들어 장애인 혐오, 지역적 혐오의 문제, 남녀 성별 편견, 성 소수자 편견 등이 올바르지 않다는 인식은 이미 우리사회가 전반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많이 변한 결과이다.

반면, 노인에 대한 혐오는 우리사회에서는 과거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현상의 출현이다. 물론 소리 없이 서서히 확대되어서 젊은이들은 우리사회가 늘 그랬던 것처럼 착각할 수도 있겠으나 나의 20대 때에는 없었던 현상이다. 노인들의 사회적 지위 약화는 정보사회라는 큰 틀의 변화로 어쩔 수 없는 지구 위의 모든 나라의 공통된 현상이다. 설상가상 우리사회는 너무 짧은 기간 동안 급변했고 그 결과로 노후 준비가 안 된 거대한 인구층이 이제 우리 젊은이들에게 고스란히 짐으로 남겨졌다. 그들은 대부분 끼니를 걱정하며 평생을 살아온 세대다. 그들은 젊은 시절 대부분은 지금의 젊은이들과는 완전히 다른 문화 속에서 살아왔다. 이들이 이제 젊은이들에게는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를 가진 부담스러운 인구 집단으로 몰려오고 있다.

누구나 다 노인이 된다. 노인 혐오는 인종 간 혐오나 성별 간 혐오와는 사뭇 다른 측면이 있다. 그동안 우리가 경험해온 차별과 편견과는 다른 해석과 처방이 필요하다. 남성으로 태어 난 사람은 죽을 때 까지 여성을 경험할 수 없으며 백인은 평생 흑인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없다. 그러나 노인에 대한 부정은 인간 자신에 대한 부정이다. 20대나 30대나 40대나 모두 노인을 향해 가고 있다. 우리의 궁극적 도착지는 노인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노인을 부정한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

노인은 우리 젊은이들의 미래 모습이다. 젊은이들은 아마도 나이 들어도 지금과 같은 노인이 되지 않을 거라 확신할 것이다. 그들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들은 좀더 21세기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노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세상이 광속도로 바뀌어 완전히 달라진 미래에서 노인이 된 젊은이들이 얼마나 그 시대에 적절한 존재가 될 진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우리 젊은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노인혐오에 대한 인식 개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지금부터 해야 한다.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나서 체계적이고 제도적 개입을 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