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김지훈 교수
(사회복지과)

얼마 전 롯데리아 키오스크 앞에서 식은땀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자동화 되어가는 미래사회에 대한 공포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앞으로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적응해가며 살아남을 수 있을까?' 라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의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되돌아보면 이미 오래 전부터 무인 자동화 시스템이 우리 주변에 조금씩 자리 잡아 왔다. 언제부터였던가? 각종 서비스센터에 전화하면 거의 대부분 자동응답시스템이 응대한다.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사고 ATM기기에서 돈을 입금하고 출금하는 일은 너무 오래 전부터 그래왔기 때문에 이런 기계가 없던 시절에는 어떠했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서서히 기계로 대치된 경우이다.

고속도로 입구와 출구에 하이페스가 자리 잡기 시작하던 당시에는 그나마 인력이 자동화로 대치되는 것에 대해 염려하기 시작했다. 요 몇 해 전부터는 대부분의 주차시설이 번호판 자동 인식시스템과 무인지불 방식으로 바뀌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주차장 입구에서 사람 만나기도 쉽지 않다. 아파트 입구도 마찬가지다. 자동 출입시스템으로 경비원을 찾아볼 수 없는 아파트가 허다하다. 이런 일들을 하던 그 많은 사람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 정도는 단지 시작일 뿐이다. 현재 상하이에는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로봇식당이 영업 중이다. 무인주문결재기로 주문과 결재가 이루어지고 로봇이 서빙을 한다. 더 나아가 보스턴에 있는 스파이스라는 식당에서는 요리하는 무인조리기계가 미슐렌 스타 쉐프의 조리법에 따라 지금 이 순간에도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과천 길병원에 인공지능 의사 왓슨이 활동 중이라고 한다.

의사도 로봇으로 대체될 위기로 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초기에는 자동화 영역이 공장라인이나, 고속도로 요금소 인력, 경비원 같은 단순 작업 분야에서만 이루어졌다. 그러나 여기서 한 단계 진화한 인공지능시대에 인간을 대체할 가장 위협적인 분야는 기업 CEO, 의사, 약사, 회계사, 세무사, 변호사, 판사 등의 전문 직업군이다. 실제로 골드만삭스에서는 2015년 600명 직원이 실직하고 AI로 대치되었다. 이미 미국의 월스트리트와 금융권에서 많은 인력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다.

고용정보원의 연구에 따르면 앞으로 5년 후인 2025년 취업자의 75%가 업무대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또 하나의 격변의 시기의 문턱을 넘고 있다. 물론 과거의 역사와 진화과정을 되짚어 보면 인류에게 이러한 급변의 위기가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때마다 놀랍도록 잘 적응해 왔다.

인류가 정착하고 농사를 짓기 시작한 농업혁명 시대가 그랬다. 채집사회에서 농경사회로 바뀌었을 때이다. 더 이상 먹을 것을 찾아 몇날 며칠을 굶주리며 헤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대신 해가 떠 있는 시간동안은 노동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거기다 정착 생활 후 인구의 급증으로 기대와 달리 배불리 먹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굶주리지 않기 위해 선택의 여지도 없이 더 많이 일을 해야 했다. 어쨌든 인류에게 정착 농경사회라는 역사적 변화는 노동을 가중화시켰다.

이 후 자동화된 산업사회로 전환하면서도 사람들은 공장에서 찍어내는 풍부한 물자를 마음껏 누리는 대신 그 물건들을 더 많이 소비하기 위해 더 많은 노동을 해야만 했다. 이제까지 인류의 역사에서 겪었던 산업구조의 격변은 늘 육체적 노동이든 정신적 노동이든 노동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그래서 문명이 발달하면서 현대인들은 더 많이 소비하고 더 많이 누리기 위해 더 많이 노동해야하는 딜레마 구조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요즘 우리가 격고 있는 변화는 얘기가 좀 다르다. 없어지는 일자리에 비해 창출되는 일자리는 인간대신 인공지능로봇이 다 차지할 판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격변은 언제나 공포스러웠을 것이다. 농토를 떠나 연기를 뿜어내는 공장의 굴뚝으로 가득한 도시를 보고 사람들은 공포에 떨었을 것이다. 결제 판을 들고 이리 저리 뛰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컴퓨터 앞에서 씨름하는 것도 쉽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가 격어내야 하는 격변은 얘기가 좀 다르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더 많이 노동을 요구하는 시대에서 인류가 할일이 사라지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아주 가까운 미래에 일자리가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부 보조금으로 근근이 살아남아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거기다 그동안의 인간의 품성을 헤아려 볼 때 극소수의 사람들이 대부분의 사람들을 그냥 먹여 살리는 사회는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다.

인류는 지난 수백만 년의 진화과정에서 지구상에 살아남으며 그냥 적응만 한 것이 아니라 환경을 바꾸며 진화를 거듭하며 여기까지 왔다. 그러므로 앞으로도 뭔가 그럴싸한 해답이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해 본다. 그래도 여전히 지구상에 닥칠 우리의 미래가 두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