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쓰레기 프로젝트

김지훈 교수
(사회복지과)

어느 새 코로나로 거리두기 세상에 점차 적응하며 살기 시작한지 일 년이 훌쩍 넘어가고 있다. 그동안 일상생활에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배달 음식이다. 온라인 배달음식 시장이 지난 3년 사이에 6.4배 성장했다고 한다. 코로나 이전에도 배달음식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으나 코로나를 계기로 성장속도가 급격히 가속화 되었다. 지난 한 해 동안 집집마다 분리수거해야할 플라스틱이나 스트로폴 포장재가 몇 배로 증가한 것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꼭 음식 배달 때문 만 그런 건 아니다. 코로나로 대형마트를 방문하는 것이 그전처럼 자유롭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신선식품 같은 온라인 기피 식자재도 온라인 구매로 돌아서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집집마다 문 앞에 택배로 배송 받은 스트로폴 박스들이 놓여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 이제 흔한 일상이 되었다.

태평양의 쓰레기 섬에 대한 충격적인 내용의 방송을 접한 지도 몇 년이 흘렀다. 순환 해류와 바람의 영향으로 쓰레기들이 모여 거대한 섬이 형성 되었다고 하는데 그 크기가 현재 우리나라 남한의 20배 정도라고 한다. 앞으로 획기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한다면 태평양에 떠다니는 쓰레기 섬의 크기가 점점 커져가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다.

플라스틱이 분해되려면 최소 45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니 점점 커져가는 쓰레기 섬의 문제를 해결하기는 쉬워 보이지 않는다. 거기다 코로나 시기의 삶은 ‘과연 지구에 쌓여가는 플라스틱을 줄이는 것이 가능한가?’ 에 대한 답을 점차 더 비관적으로 만들고 있다. 매일 전 세계 사람들은 대략 350만 톤의 쓰레기를 버린다고 한다. 작년 ‘사이언스’에 게재된 논문에 의하면 현재 상태가 계속되면 2040년까지 약13억 톤의 쓰레기가 땅과 바다에 버려지게 될 것이라 하였다. 13억 톤의 쓰레기? 바로 상상이 안가는 분량이다. 하지만 13억 톤의 플라스틱을 평평한 표면에 깔아 놓으면 영국 면적의 1.5배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라고 하니 쓰레기 더미 속에서 쓰레기와 함께 살아가야 할 지구의 미래가 눈앞에 그려진다.

이렇게 분해가 어려운 쓰레기 처리 문제의 심각함을 인식한 인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스웨덴은 쓰레기 재활용뿐 아니라 폐기물을 소각해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쓰레기 발전소를 설치하여 지역난방이나 발전용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도 재활용 페트병을 에너지로 재활용하고 있다. 재활용 환급시설을 통해 주민들을 쉽게 모아둔 재활용 쓰레기를 쿠폰으로 환급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보통 4인 가족 기준 한 달에 3만원에서 5만 원 정도 환급받고 있다고 한다. 독일에서는 또한 일반 카페 등에서 사용 후 보증금 반환이 가능한 친환경 재활용 컵을 사용하고 있는데, 참여하는 카페에서는 어디서든 동일한 컵을 서로 혼용할 수 있다고 한다.

해양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도 돋보인다. 프랑스에서는 얼마 전 해양쓰레기 해결을 위해 민간협회주도로 바다쓰레기를 쓸어 담는 ‘르 방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쓰레기 청소선 망타는 쓰레기를 수거하고 분류하여 재활용하는 기능을 갖춘 선박이다. 이 과정에 필요한 에너지도 모두 쓰레기로 분해과정에서 자체 생산하여 해결한다. 이뿐 아니다 유럽연합에서는 현재 ‘씨 클리어’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는데 인공지능 무인 잠수정과 해저 탐사 및 쓰레기 수거용 드론으로 스스로 바다에서 이동하며 쓰레기를 찾아 수거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 분해가 어려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LG 화학에서 플라스틱 분해 시간을 450년에서 120일로 단축하는 신소재를 개발했다고 하는 소식이 있었다. 분해가 쉬운 플라스틱 대체 신물질 개발이 상품화로 이어지고 사업성에 성공할 수만 있다면 미래지구의 쓰레기 오염 문제 해결에 커다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해 본다.

현재 전 세계에서 많은 연구와 시범사업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지구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다양한 해결방안을 위해 노력에도 불구하고 쌓여가는 쓰레기의 속도가 되돌릴 수 없는 심각한 상태가 된다면 어떤 해결책으로도 어려울 수 있다. 전문가 뿐 아니라 우리 일반인도 모두 지구 쓰레기 프로젝트에 참여해야 할 때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분해가 어려운 쓰레기를 줄이는 생활을 하고 있는지 자문해 보고 우리도 지구의 쓰레기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