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을 앞둔 예비 사회초년생들에게

김지훈 교수
(사회복지과)

졸업을 앞둔 학생들과 상담을 하다 아직은 앳된 그들이 앞으로 사회에 나가 어떤 삶의 태도를 가지는 것이 좋을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개개인의 다양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무게에 너무 지치지 않으면서 건강한 삶을 살아내는 방안을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첫 번째가 적절하게 관계하기이다. 혹시 ‘오베라는 남자’라는 책이나 영화를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실직과 아내의 죽음으로 삶의 의욕을 상실한 노인 ‘오베’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픽션이다. 그는 까칠한 성격 때문에 마을에서는 괴팍한 노인으로 고립되어 살고 있다. 여러 번의 자살 시도를 실패하기도 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길고양이와 옆집에 새로 이사 온 가족들과 의도치 않은 만남을 통해 삶의 이유를 찾아가게 된다. 물론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때때로 쉽게 상처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명이 발달하고 ‘생존’이라는 긴박한 문제로부터 자유로워 진 인간이 자칫 의미 없어 보이기 쉬운 삶에 애착을 갖게 만드는 것은 ‘관계’인 듯하다. 가족, 친구, 이웃, 동료 등과의 관계가 늘 완벽하기 보다는 뭔가 아슬아슬한 줄타기처럼 미진하지만 그래도 이러한 관계를 통해 인간은 삶의 애착을 유지하게 된다. 적어도 ‘지지’와 ‘배려’의 관계 속에서 인생의 충만한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게 된다.

두 번째는 인생이 정답이 없는 ‘선택’과 ‘문제 해결’의 긴 여정임을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작은 보트를 몰고 항해를 하고 있다. 휘몰아치는 파도와 전쟁을 벌이는 날도 있고 잔잔한 햇살을 받으며 순조롭게 항해하는 날도 있다. 어떤 이는 이번 항해에 뚜렷한 목적지와 지도를 가지고 있을 것이고 또 어떤 이는 뚜렷한 목적이 있으나 미처 지도를 준비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혹은 지도는 있으나 어디로 향할지 방향을 정하지 못한 이도 있을 것이다. 어떤 경우는 중간에 풍랑을 만나 목적지가 바뀔 수도 있고 도중에 예상치 않게 지도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어느 경우에도 우리에겐 늘 또 다른 선택지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말 불행한 사람은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한 사람 혹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사람이 아니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고 절망하고 과거와 현재의 인생을 한탄하고 후회하며 남은 항해를 지속하지 못하고 거기서 멈추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늘 Plan B, Plan C가 있음을 잊지 말자. 시험에는 정답지가 있으나 인생에는 정답지가 없다. 어느 경우는 plan B가 plan A 보다 더 멋질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세 번째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오은영 금쪽상담소’를 한 번이라도 보았다면 아마 눈치 챘을 것이다. 현재 가족의 문제, 아이와의 관계 문제가 대부분 부모의 원가족과의 관계 문제에 원인이 있음을 말이다. 성인이 되어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비록 모습은 성인이나 어린 시절의 상처를 무의식 깊이 품고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상처받은 어린 시절 과거의 기억은 완전한 실체가 아니라 다분히 단편적이고 왜곡된 어린 아이의 해석으로 존재한다. 유사한 가족 경험에도 불구하고 예민하고 민감한 아이와 둔감한 아이의 기억과 해석은 다를 수 있다. 우리의 어린 시절 기억은, 어린 시절의 상처를 무의식에 품고 있는 우리의 부모와의 관계에서 받은 상처임을 성인이 된 지금 이해해 보자. 아직도 과거에 머물러 있는 자신에게 너그럽게 작별을 고하고 현재의 자신에게로 한발 짝 더 나아가 보자. 나의 미래는 나의 과거가 아니라 나의 현재 결과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청소년 시절 학교에서 한번은 접했을 천상병의 시 ‘귀천’을 되돌아보자.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비록 우리의 인생이 작은 보트로 망망대해의 항해를 떠나는 힘든 여정이겠으나 때때로 인생을 소풍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바라볼 필요도 있다. 인간은 어차피 주관적으로 현실을 해석하며 인식한다. 어떻게 삶을 보느냐는 내가 선택한 렌즈를 통해 세상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때때로 자신의 여정을 좀 더 가볍게, 그래서 유머를 잊지 않고 바라볼 수 있다면 하루하루의 항해가 더 자유로운 소풍이 될 것이다.